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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캘린더 (妊娠カレンダ-) 오가와 요코 저 / 김난주 역
임신캘린더는 불길할 정도로 집요하고 침착한 묘사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완곡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동생의 생각을 드러내는 묘사들은 동생이 언니의 임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리고 있다. 그 시선은 차갑다. 아니, 차갑다기보다는 따뜻하지 않다는 표현이 보다 적절할 것 같다. 언니가 임신했을 때 동생이 보여야 할, 우리가 응당 기대하는 종류의 반응들과 동생의 태도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시선에는 온기가 없다. 고의적인 악의는 없지만, 그녀는 언니의 임신과 그것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아니, 부정적이라는 표현도 걸맞지 않는다. 그저 긍정적인 시선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다.
줄곧 이런 식이다. '차갑다' 혹은 '부정적이다'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적당한 표현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다만 그 반대되는 종류의 속성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다. 긍정적이지 않음과 부정적이지 않음이 교차하는 중간 지점에는 '평범한' 내지는 '중립적인' 따위의 표현이 위치할 것 같지만, 그 곳에는 '무(無)' 혹은 '텅 비어있음'에 가까운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동생이 언니의 임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색하다. 하지만 그런 시선이 낯설지만은 않다. 나 역시도 은연중에 동생과 같은 시선으로 무언가를 바라본 경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놀라며 그 생각을 부정하지만, 내 안 어딘가에 분명히 동생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임신 캘린더는 그래서 더욱 섬뜩한 단편이다. 내 안에 있는 파괴된 아기를 향한 욕구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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