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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즐겁고 활기찬 하루 되세요. :-)

어제는 부모님과 함께 느즈막히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부모님께서 하고 계신 일의 특성 때문에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는 경우가 대단히 잦은 편인데, 그 때 마다 우리 가족은 무얼 먹을까 한참 동안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어제도 그런 점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내가 식사 메뉴를 정하기 위한 열띤 토론을 그저 관망하며 아무 식당이나 빨리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 정도였을 것이다. 그렇게 정해진 식당은 부모님께서 일하면서 자주 찾으셨다는, 어느 골목의 허름한 식당이었다.

식당의 이름은 단골 식당이라고 했다. 가게의 첫 인상은 '과연, 단골이 아니면 누구도 찾지 않을 법한 식당이로군' 이었다. 장사가 안되서 언제 문을 닫아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법한 가게, 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가족은 제육볶음에 백반 2인분을 시켜 먹을 생각이었건만,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제육볶음은 고기가 다 떨어져서 주문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잠깐이지만 도대체 왜 이런 식당으로 온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주문은 백반 3인분으로 타협을 했고, 우리 아버지보다 대여섯살은 더 먹어보이는 주인 아주머니는 요즘 감기 때문에 영 불편하다는 몸을 이끌고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주방 가까운 테이블 위에 커다란 은 쟁반을 놓고 거기에 한그릇씩 한그릇씩 음식을 담은 접시를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 접시가 어느 정도 찼을 때 아버지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쟁반을 들고 우리 테이블로 가져 오셨다. 주인 아주머니는 '아이구, 안 그러셔도 되는데...' 라면서 밥 공기를 세 개 가져오신다. 그리고는 우리 가족이 식사를 시작하자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꺼내셨다.

"
어이구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 나는 하도 안 오길래 장사 그만두신 줄 알았지." 아주머니가 말씀하시자 아버지께서 웃으시면서 "요즘 일하는 데 코스가 안 맞아서, 이 쪽에 올 때는 밥 먹을 시간이 안 되더라구요." 하셨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러셨구나. 나는 또 내가 뭘 섭섭하게 해드린 게 있어서 이제 안 오시는 줄 알았지. 그 때 같이 자주 오던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요즘에도 장사 하시던데요 하길래, 난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보다 싶었지 뭐야." 라고 이야기 하시며 멋적은 미소를 지으셨다.

잠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신 아주머니는 커다란 검은 봉지를 가져 오시더니 우리 어머님 옆에 내려 놓으셨다. "이거 삼일 전부터 누룽지 모아 놓은 건디 좀 가져 가서 먹어요. 이거 이렇게 잔뜩 내비둬 봐야 먹는 사람도 없구, ." 언뜻 살펴 보아도 엄청난 양의 누룽지였다. 우리 가족이 하루 세 끼 누룽밥만 해먹어도 이틀은 족히 먹을 만큼의 양이었다. 어머니가 "어유, 뭐 이런 걸 다 주셔요. 그냥 조금만 주셔도 되는데..." 하시자, 아주머니는 웃으시면서 "그냥 가져다 먹어요. 이거 말고도 잔뜩 있는데 뭘" 하신다.

식사를 다 하고 아버지가 계산을 하시는 동안 난 옆에 놓인 바구니에서 무슨 사탕을 먹을까 살피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그 모습을 보셨는지 한 쪽으로 가셔서는 검은 봉투 안에서 사탕 봉지를 잔뜩 꺼내 놓는다. "이거 집에 사탕도 이렇게 많은데 이거 다 가져가서 차에 놓고 심심할 때 먹고 그래요." 세상에, 사탕이 여섯 봉지다. 한 봉지에 천 원씩만 잡아도 족히 육천원이다. 우리가 먹은 백반 값이 만 이천 원인데,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육천 원어치 사탕을 그냥 내어 주신다. 나는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옆에서 어머니가 손사레를 치시며 "어유 사탕은 두셨다 장사할 때 쓰셔야지 다 주시면 어떻게 해요" 하셨다. 아주머니는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또 "이거 말고도 잔뜩 더 있는데 뭘." 그러신다. 어머님은 마지못해 사탕을 받으시면서 "그럼 우리 아주머니 입을 거라도 좀 가져다 드려야 겠네" 하시고는, 팔려고 차에 실어놓은 옷가지 중에서 몇 벌인가를 꺼내어 아주머니에게 내어 드렸다. 아주머니는 "어이구 뭘 이런 걸 다" 하시면서 얼만지 계산해 드려야 겠다면서 지갑을 찾으셨다. 어머니는 "어유, 됐어요. 저희도 이만큼이나 받았는데요." 하면서 누룽지랑 사탕이 들어 있는 커다란 검은 봉지를 들어 보였다.

한 시간 남짓이었을까. 짧았지만 앞으로 쉽게 잊기는 어려울 것 같은 점심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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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수원에서 볼 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천안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지하철 맨 앞 칸에 타고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내리고 보니 바로 앞에 노약자 및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있고 나가는 길이라고 적힌 계단은 저 멀리에 있었다.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주변을 보니 노약자나 장애인 같아 보이는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옆에 계시던 아저씨 한 분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셨는지,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시더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아저씨와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가야할 목적지의 층을 누르고 문을 닫으려 하는데, 저 멀리에서 이 쪽으로 걸어오시는 할아버지가 한 분 눈에 띄었다. 한 눈에 보아도 엘리베이터를 타러 오시는 것 같았는데, 저 걸음걸이로 여기까지 오시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았다. 나는 옆에 계신 분께 양해를 구하려 "저 분 오시면 같이 출발해요."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저씨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심드렁한 말투로 "먼저 올라가죠." 라고 대꾸하셨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래도 명색이 노약자 및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인데, 정작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사람은 못 본 체하고 사지 멀쩡한 두 사람만 올라간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아서 못 들은 척 하고 문 열림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었다.

저 편에서 걸어오시던 할아버지가 문이 열려 있는 걸 보셨는지 느린 걸음을 바삐 재촉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빠른 걸음으로 할아버지는 엘리베이터까지 오시고는, "아이구 고마워요" 하셨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옆에 있던 아저씨는 뚱하게 먼산만 쳐다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문이 열렸다. 먼저 할아버지가 내리시고, 아저씨는 서둘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개찰구를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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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겨우 하루 사이에 겪은 일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느낌이 다른지. 어릴 적에 누구나 읽고 배우는 도덕, 윤리 교과서는 그냥 시험 잘 보고 대학 잘 가자고 읽는 책이 아닐텐데, 왜 다들 그런 마음을 잊어 가는지 모르겠다. 나도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낼 처지는 못 되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이런 생각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 하루였다.
2006/03/30 01:41 2006/03/3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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