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위에서 한참을 달리던 나는 무심코 눈을 떴다.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슬립 모드에 빠져있던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른 것처럼, 어느 순간 내 눈에 번쩍하고 세상의 광경이 가득찼다. 38:26 이라는 붉은 색 숫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해진 시간 간격대로 수는 한 단위씩 커지고 있었다. 붉은 숫자들 주변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버튼들 중에서 하나를 찾아 누른다. 또 다른 붉은 색 숫자 8.0 이 3.5 로 변하며 발 밑의 땅이 움직이는 속도도 수의 크기에 비례해 느려진다.
나는 크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낯익은 연예인의 얼굴이 보인다. 러닝머신 앞의 LCD 화면에는 연예인 몇 명이 나와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며 깔깔거린다. 그들의 대화가 이어폰을 타고 내 머리 속까지 흘러들어온다. 나는 이어폰을 잡아 뽑았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의 발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든다. 나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규칙적으로 늘어선 러닝머신 위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똑같은 티셔츠에 똑같은 바지를 입고 이어폰을 낀 채 LCD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각도만 바뀌어 있을 뿐 똑같은 광경이 시선을 기다린다. 마치 거대한 거울이 놓여 있는 것 같다.
막연한 현기증이 일어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거대한 유리 너머로 건물 밖의 모습이 보인다. 끝을 모르고 위로 솟은 아파트들로 둘러싸인 사거리가 있다. 신호가 떨어지자 차가 움직인다. 가장 왼쪽에 있던 차들은 왼쪽으로 회전하고, 가장 오른쪽에 있던 차들은 오른쪽으로 회전하고, 가운데에 있던 차들은 직진한다. 나머지 세 방향에 있는 차들은 나란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신호가 바뀌고 기다리던 차들 중 한 방향의 차가 앞서와 똑같은 모습으로 움직인다. 조금전까지 움직이던 방향의 차들은 얌전히 그 자리에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린다. 신호가 있으면 움직이고, 신호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는 한 대의 낙오자도 없다. 어떤 룰이 그들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같다.
나는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건물 밖의 모습을 비추던 유리는 어느새 거울처럼 건물 안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운동기구가 있고, 수많은 러닝머신이 있고, 수많은 사람이 있다. 모든 운동기구는 균일한 간격으로 동일한 선상에 놓여 있다. 운동기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천천히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그보다 크게 비추어지는 것은 러닝머신이다. 러닝머신의 벨트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그 위의 사람도 쉴 새 없이 발을 구른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다섯 명, 여섯 명, 일곱 명, 여덟 명.. 낯익은 신발이 보여 고개를 드니 거대한 유리는 노란색 불빛이 점점이 박혀있는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을 배경으로 나를 비춘다. 러닝머신의 벨트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내 다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LCD 화면에는 여전히 누군가가 쉴 새 없이 떠들어 대고 있다. 나는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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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즐겁고 활기찬 하루 되세요. :-)

생각이 많구먼.
달릴때라도 그냥 빈생각으로 운동하게나
음악이나 들으면서.
일기가 아니라 그냥 글이삼. 요새 글을 너무 안 쓰는 것 같아서, 가끔 이런 거라도 끄적거리려고.
음...
니가 저런 생각을 하고 운동을 하다니..
아가씨들이나 구경할줄 알았는데~~
ㅋㅋ
왜 모든 사람들이 너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_-;;
안하던 운동하려니까 힘든가보군...쯔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