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아주 오랜만에 토익을 보았군요. 여태까지 토익 딱 다섯 번 본 것 같은데, 한 번은 대학교 2학년 때 심심해서, 세 번은 대학원 갈 때 영어 성적표 내려고, 그리고 한 번은 오늘. 그 중 첫 번째 토익은 삼학년 이학기 때 미국 시카고 IIT로 국비 장학생 IT 연수 프로그램인가 머시긴가 갈 때 써먹었고, 세 달 연속으로 본 대학원용 토익은 결국 목표로 했던 대학원 떨어지는 바람에 빛이 바랬고, 오늘 본 토익은 전역 후 취업용으로 쓰려고 하는데 어찌될지는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우리 엄마도 모르고, 태연이도 모르고, 유고슬라비아 걸도 모르고, 뭐 그런 것. 닥터 맨하튼은 알라나.
난 내가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신기하게 토익 성적은 그럭저럭 괜찮게 나온다. 그렇다고 뭐 엄청 잘 나오고 그런 건 아니고 내가 토익을 보기 위해 노력을 한 것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온다는 얘기. 가끔 나한테 토익 공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 필요 없고 외국 몇 달만 나갔다 들어오면 끝난다. 나도 외국 딱 6개월 나갔다가 들어오니까 토익 성적이 150점 가까이 올라가드만. 어차피 2년 기간 지나서 다 말소되어 버린 성적이라 이제는 아무 소용도 없지만.
오늘 토익 시험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닌 토익 시험 문제 출제 유형이 확 바뀌었기 때문. 처음 시험지 펴자마자 '헐 이거 형식 바뀌었네 헐' 이러면서 막 풀었는데, 나중에 시험 끝나고 들어와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그거 바뀐지가 언젠데 지금 헛소리임. 님 토익 보는 사람이 관심 좀' 이런 소리만 들었음. 정확하게 언제 바뀐건지 궁금하긴 한데 찾아보기 귀찮아서 걍 패스. 정확한 경과를 리플로 달아주는 당신은 센스쟁이.
지난 번 토익을 본 게 벌써 4년 전 이맘때 얘기라 직접적인 비교는 안되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시험이 더 쉬워진 인상을 받았음. 리스닝은 어려워졌고 리딩은 쉬워졌는데, 그 쉬워짐의 폭이 '리스닝 < 리딩'이라서 전반적으로 점수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 리스닝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듣기 다이얼로그 하나에 문제 여러개 딸려놓는 형식이 대폭 증가해서 고생 좀 했음. 특히 90번 대 접어들면서 집중이 탁 풀리는 바람에 막판에 몇 문제 연속으로 놓치는 삽질도 함. 원래 리스닝은 점수 따고 들어가는 파트였는데 이제 만만치 않게 되어버렸다. 리딩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밑줄 몇 개 그어놓고 틀린 곳 찾기 형식이 완전히 사라져버려서 땡큐를 연발. 빈칸 채우기 아니면 걍 독해인데, 빈칸 채우기 난이도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쉬워졌고 - 어어어어어어쩌면 내 영어 실력이 는 건지도 모르고 - 독해도 걍 고등학교 수능 수준인지라 이제는 리딩에서 점수를 따고 들어가야 할 듯.
대충 예상 점수는 리스닝 사백점 초중반, 리딩 사백점 중반, 운 좋으면 총합 구백 약간 넘어가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긴 한데. 원래 토익점수가 예상과는 딴 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지라 어찌될지는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르고, 제시카도 모르고... 아 한 번 했던 거 또 하니까 별로 재미없다. -ㅅ-)
여튼 결론은 토익 봤는데 생각보다 잘 본 것 같다구. 그냥 점수 잘 나와서 토익 다달학습 안 하고 한 번에 그냥 끝냈으면 좋겠다. 요즘 해커스 라이팅 스타트로 영어 공부하고 있는데 이 책 좀 괜찮은 듯. 요즘 들어서 느끼는 건데 문법 공부 제대로 하려면 한글 문장 갖다 놓고 영어로 번역해서 써보는 식으로 하는 게 상당히 효율적인 듯. 명사를 쓸 때 이 앞에 a가 와야 하나 the가 와야 하나 아니면 아무 것도 안 넣어야 하나,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a구나 하고 넘어갔을 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숙고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좋다. 뭐, 단순히 저 책이랑 나랑 궁합이 좋은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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