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사납게 두들기는 빗소리에 잠에서 깬다. 졸린 눈으로 내다 본 창 밖은 뿌연 안개 너머로 주황색 가로등 불빛 뿐이다. 몸을 뒤척이는데 허리께에 있던 물건이 침대 아래로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낸다. 손을 뻗어 바닥을 더듬는다. 축축하게 젖은 카펫의 촉감이 불쾌하다. 이윽고 물컹한 촉감이 손 끝에 닿는다. 미끌거리면서도 탄력이 있다. 엄지와 검지로 그것을 집어 눈높이로 끌어올린다.
희뿌연 이물질이 들러붙은 반투명한 고무 덩어리 안에는 볼품없이 쪼그라든 살덩이가 있다. 허공을 향해 쩍 벌린 덩어리의 입에서 농도 짙은 액체가 질척하게 흘러내린다. 그것을 조금 더 자세히 보려고 몸을 가까이 하려는 찰나 손가락 만한 바늘이 허리춤을 관통하는 아찔한 고통을 느낀다.
들고 있던 물건을 내버리고 허겁지겁 양손으로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킨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엉거주춤 엉덩이만 들어올린 꼴이다. 오른 뺨이 침대 시트에 함몰된다. 따뜻하고 축축하다. 불쾌함이 의식을 사로잡으며 본능이 경고를 울린다. 번쩍하고 하얀 섬광이 방 전체를 비춘다. 눈을 가늘게 뜬다. 콰쾅. 뒤늦게 따라 온 천둥소리가 뇌를 흔든다. 침대 시트는 온통 붉은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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