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들어 일본 역사, 엄밀히 말하자면 오다 노부나가 - 도요토미 히데요시 -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이어지는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최근 즐겨 읽는 책들도 그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얼마 전에는 시바 료타로의 세키가하라 전투를, 요즘에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오다 노부나가를 읽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항상 날아드는 태클이 있다. 뭐, 내가 있는 집단의 특성이 그런지라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주변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꼭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한 마디씩 이런 저런 말을 던지고 가는데, 요즘은 항상 이런 패턴이다.
뭐 하니? / 책 읽습니다. / 무슨 책인데? / 오다 노부나가라는 책입니다. / 무슨 내용인데? / 일본 전국시대 무렵 역사 얘깁니다. / 그래? 일본 역사란 말이지.
그리고나서 어김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일본 역사를 보는 건 좋은데 그 전에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책은 많이 읽어봤니? 내가 괜한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좋은데 그 전에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더 확실히 아는 게 좋을 것 같다. 아, 물론 뭐 그렇다고 지금 그 책을 읽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고... (후략)
물론 다른 사람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고, 타국의 역사를 알기 전에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나 스스로도 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 재미있는 건, 주변 사람들의 이런 관심 혹은 간섭이 일본 역사와 관련된 소설을 읽을 때만 나타난다는 거다. 내가 로마인 이야기를 읽건, 미국 독립전쟁사를 읽건, 삼국지를 읽건, 여하튼 어떤 종류의 역사소설을 읽어도 아무 말 없던 사람들이, 굳이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일본 역사를 읽을 때만 한 마디씩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간다는 거지.
이런 단편적인 부분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거부감은 뿌리가 깊구나 싶다. 나나 내 또래들만 해도 그런 부분에 별로 민감하진 않은데. 몇 주전인가,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지금 우리 세대도 과거 우리 민족이 겪었던 굴욕의 역사를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많이 약한데, 우리 아들이나 손자 뻘 세대가 되면 그 일들은 말 그대로 고구려 백제 신라가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수준의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했던 이야기.
지금 우리 어른들의 반응과 나와 내 친구가 예상했던 우리 다음 세대들의 반응. 어떤 반응이 더 긍정적인 것일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의 반응을 겪었을 때는 지금처럼 투덜투덜 푸념을 늘어놓겠지만, 내 아들이나 손자의 반응을 겪었을 때는 조금 마음이 허전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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