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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앉아서

Life Log/Chit Chat
집에 앉아서 새벽에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게 얼마만의 일인지. 내 몸마저 그토록 익숙했던 감각을 잊은 모양이다. 자꾸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는 걸 보니.

난 새벽에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주변의 어떠한 방해도 없이 오롯이 글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에 쓰는 글은 진도가 쑥쑥 나간다. 한 번 키보드를 치기 시작하면 초특급 프로게이머들이 그러하듯이 머릿 속의 생각과 손의 놀림이 일치에 가까운 싱크로를 그린다. 그런데 이것도 일년 반만에 하니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자꾸 손이 멈추고,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바쁘게 백스페이스키를 오가는 걸 보면 말이다.

겨우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하나가 이러할 진데 군생활이 끝나고 나서 내가 살던 사회로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문득 전역 이후의 삶과 마주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팔자 좋은 군 생활인가. 약간의 육체적-정신적 괴로움과 중증 귀차니즘을 자극하는 일상적 업무들을 제외하면 팔자 좋게 먹고 싸고 놀고 자고 있으니. 물론 나는 한없이 전역을 바라지만, 그 전역이라는 것이 내가 바라는 것만큼 장미빛일 가능성은 태연이가 나랑 결혼할 확률만큼 적을테고. 허허.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전역의 그 날은 다가오고 있다. 그 날을 대비해서 무언가를 준비해야겠다는 잡상은 끊임없이 머리를 떠돌지만, 도대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입버릇처럼 공부해야지라고 중얼거리지만 대체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그저 토익, 토플 따위의 영어 공부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은가. 아니, 그 전에 전역을 하고 나면 무엇을 해야할까부터 생각해야겠지.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얼마 전에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었다. 책 속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도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이십대 청년들도 모두 그런 생각을 했을까? 사실 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너무 현실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 현실을 도외시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가고 싶은 욕심을 부린다.

문득 문득 삶의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삶을 살고 싶으면 이렇게 이렇게 준비하라! 라고 명시되어 있는 그런 매뉴얼.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그런 매뉴얼은 없을 게 뻔하고, 내 고민은 전역할 때까지도, 전역하고 나서도, 내가 죽을 때까지도 계속 될 것이다.

집에 앉아서 이런 글은 그만 쓰고 잠이나 자야겠다. 에이.
2008/01/15 04:25 2008/01/1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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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무튼, 휴가나왔다는거죠?

    • ls

      다채로운 해석이 있을 수 있지. 그럼. 그렇고 말고.

  2. 천재

    흠..
    일단 제대먼저혀~~ㅋㅋ
    이 형님이 길 잘 닦아 놓고 기다리마..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은 답이 없더라
    그래도 그런 생각 많이 하고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나가
    조급해하지 말고
    ㅋㅋ

    • ls

      제대하고 생각하면 너무 늦잖아. -_-;;
      뭐..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문제긴 하다만. 그래도 고민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지. 인간은 고민하는 동물 아니겠소. 아무쪼록 지금의 고민이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오기를 바랄 뿐.

    • 음지인

      이 거만한 댓글..(...)

    • ls

      방명록 글을 아직 못 본 모양이군? ..

  3. 이제 제대날 다되어가는구나
    입대한지 엊그제같은디.ㅋㅋ
    제대하기전에 면회한번 가야하는디..
    요즘 날이 춥내.

    • ls

      흘흘.. 솔직히 엊그제 같진 않아. -_-;;;;
      언제 시간나면 규랙이 데리고 면회 한 번 와라. 피자 좀 사줘.

  4.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ls

      오. 바꿨군. 어쩐지 지난 번에 해보니까 안 되드라고. 땡큐~

  5. 아크몬드

    정답은 전역 밖에는..orz

    • ls

      일단 전역하고 몸으로 부딪혀 봐야..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