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 2307년.
인류는 고갈된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를 손에 넣었다. 거대한 궤도 엘리베이터 3대와 거기에 연결된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스템. 하지만 이 시스템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일부의 대국과 그들의 동맹국 뿐이었다.
궤도 엘리베이터 3대를 소유한 세 초대국 집단. 미합중국 중심의 '유니온'. 중국과 러시아, 인도가 중심인 '인류혁신연맹'. 유럽 중심의 'AEU'. 각 초대국 집단은 자신들의 위신을 세우고 번영을 이루기 위해 거대한 제로섬 게임을 이어간다. 이처럼 24세기에 이르러서도 인류는 아직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끝없는 전쟁이 되풀이 되는 세계에 '무력에 의한 전쟁의 근절'을 주장하는 사설무장조직이 나타난다. 모빌슈츠 '건담'을 소유한 단체의 이름은 소레스탈 빙(Cerestial Being).
모든 전쟁행위에 대한 건담의 무력개입이 시작된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열두번째 작품, 기동전사 건담00(이하 더블오)가 방영을 시작했다. 바로 전에 나왔던 건담 시드는 퍼스트건담을 요즘 애니스럽게 리메이크 한 듯한 인상을 주더니, 더블오는 비슷한 의미로 건담W를 연상시키더라. 설정도 그렇고, 주인공 캐릭터도 그렇고.
1화만 놓고 보았을 때, 캐릭터와 메카닉 디자인, 작화, 연출, 성우, 사운드 등등 겉으로 보이는 요소들은 거의 흠 잡을 곳이 없다. 'Loveless'의 작가, 코우가 윤이 맡은 동인녀를 불러들이는 캐릭터 디자인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림체에 대한 취향 문제를 제외한다면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선라이즈의 간판 시리즈물인 건담 최신작답게 작화나 연출도 탑 클래스. 특히 모빌슈츠 간 전투에서 블레이드에 썰려 팔이나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보면 스태프들이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요즘 애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2D와 3D의 융합도 이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른 듯 어색함을 찾아 보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퀄리티를 방영이 끝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냐는 점. 먼저 2쿨 - 26화, 방영 기간은 6개월 정도 - 까지 방영하고 나머지 2쿨은 추후에 방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걸 보면, 스탭진 스스로도 방영 후반부에 시간 부족으로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휴방으로 여유 시간도 확보했으니 종영 때까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해 주었으면 하고 바랄 따름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무한의 리바이어스', '에우레카 세븐', '허니와 클로버' 등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쿠로다 요스케가 더블오의 각본을 맡았는데, 첫 화 방영분만 놓고 봤을 때는 꽤 느낌이 좋다. 이채로운 부분은 '무력 개입을 통해 모든 전쟁 행위를 근절시키겠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소레스탈 빙의 구성원들마저 자신들의 행위를 '악행'이라고 표현하는 등 주장의 비논리성과 모순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밖에도 유니온, 인혁련, AEU 등의 세력에 소속된 인물들을 그들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 다수 노출시키면서 앞으로 복잡하게 얽혀들 관계와 갈등 구조를 암시하고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키라 보살님의 영웅놀이로 빠져들었던 건담 시드와는 달리 밀도 있는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무한의 리바이어스'를 정말 재미있게 봤던 지라 같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쿠로다 요스케가 더블오의 각본을 잡았다는 사실에 더욱 기대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는 모 후임에게서 '에우레카 세븐' 스토리가 정말 끝내준다는 소리를 듣고 기대치가 한 없이 올라가는 중.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이후로 땡기는 애니가 없었는데 모처럼 건담 시리즈 신작이 빼어난 퀄리티로 등장해서 무척 반갑다. 건달 시드처럼 막장의 길로 접어드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