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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殺戮にいたる病) - 아비코 다케마루 (★★★★)
Book/Review | 2007/09/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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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殺戮にいたる病, 1992)
아비코 다케마루 저 / 권일영

반전이 정말 끝내준다는 웹소문(?)에 이끌려 구입한 책. 책을 받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책을 아예 노란 띠지로 둘러 붙여 봉인을 해놓고는, 그 위에 절대 결말이나 책 뒷부분의 서평을 먼저 읽지 말라고 경고를 남겨두었다. 반전을 사수하기 위해서 이 정도 안전장치를 걸어둔 책이라니, 웹소문이 헛 것은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으니 조심.

살육에 이르는 병의 반전은 단순한 심리 트릭이다. 이 소설은 책 속에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을 번갈아 내세우며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하는 서사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작가는 이 서사 방식의 특징을 십분 활용해서 독자가 진실을 오해하게끔 만들고 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마지막 반전까지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소설의 첫 머리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페이지를 휙휙 넘겨가며 반전을 보고 의문을 품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는, 작가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의도적으로 독자들을 기만했음을 알게 됨과 동시에 내가 얼마나 까맣게 속아 넘어갔는지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든달까.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놀랄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긴 했지만,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상 최고의 반전이라길래 무언가 거창한 것을 기대했건만 마지막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 작가가 세심하게 깔아놓은 덫이었던 게지. 그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기대가 컸던 점에 비해 너무 반전이 트리키했다는 것 뿐. 그냥 그게 조금 불만스러웠다. 이것도 다 반전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기대를 걸었던 탓이겠지만.

이러쿵 저러쿵 반전 이야기만 늘어놓았지만 살육에 이르는 병은 반전을 떼어 놓고 봐도 재미있고 잘 쓰여진 책이다. 특히 이채로웠던 부분은 주인공의 네크로필리아 - Necrophilia, 시체애호증 - 성향에 대한 꼼꼼한 묘사. 주인공의 살해, 시간(屍奸) 장면을 담담한 어투로 적나라하게 서술하면서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을 그려내는 작가의 집요함이 인상적이다. 살해한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잘라내서 집에 가져왔다가 마땅히 둘 곳이 없으니까 집 앞 화단에 숨겨놓는 장면에서는 은근한 현실감이...

적나라한 시간의 묘사가 다소 껄끄러울 수는 있겠지만, 하여튼 수준급의 미스테리/추리 소설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엇비슷한 소재에 자극적인 내용이 범람하는 요즘 세상에 봐도 이 정도라니. 책이 막 발간된 1992년에 읽었더라면 정말 장난 아니었을 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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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999 2007/09/21 15:13 R X
과격한 묘사가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다만 서술반전이라고 하나요? 이런식의 반전은 싫어요ㅠㅠ
네. 말씀하신대로 기만당했다는 기분이 강합니다 -_-
ls 2007/09/21 17:41 X
저도 살육의 이르는 병의 반전은, 뭐랄까, 속았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좀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비슷한 류의 반전이 있는 '식스 센스'라는 영화는 참 좋아했는데. 조금 아이러닉하네요. 하하하. -ㅅ-)
음지인 2007/09/23 04:43 R X
동일작가의 미륵의 손바닥은 비추, 별 한개 반.. 카마이타치의 밤 한글판이나 내놔라!!
ls 2007/09/23 10:43 X
미륵의 손바닥은 별로인가요..
하긴 살육에 이르는 병이 아비코 다케마루의 거의 유일한 대표작이라던데. 책 날개에 붙은 저자 소개에 저서보다 카마이타치의 밤 시나리오 집필했다는 소리가 더 눈에 띄는 걸 보면.. orz

이 책 서평을 보면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얘기가 항상 나오더만. 조만간에 한 번 구해서 봐야 하나요. 음지군이 사서 보고 좀 빌려주세요? ..
2007/10/04 17:52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ls 2007/10/05 09:19 X
t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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