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4일, 드디어 심형래 감독의 야심작 '디 워'가 'Dragon Wars'라는 제목으로 미국 전역에서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1500개 정도의 극장을 확보했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곤 했었는데, 실제로 디 워가 걸린 스크린 갯수는 2,275개로군요. 와호장룡이 미국에서 개봉할 당시의 스크린 수보다 많다고 합니다. 아시아 영화 사상 역대 최다 스크린에서 개봉을 했다고 하네요. 프리스타일에서 배급한 영화 중 가장 많은 스크린 수가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배급사 쪽에서도 힘 좀 쓰긴 썼나 봅니다. 미국 언론사들이 인터뷰 하자는데 도망다니는 걸 보면 별 자신은 없는 것 같지만요. :(
제 생각에 개봉 여건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입니다. 여름 시즌이 지나서 전반적으로 시장의 파이가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같은 장르에서 마땅히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영화도 없는데다가 스크린 수도 꽤 많이 확보한 편이니까요. 같이 개봉하는 작품들 중에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확 끌어모을 만한 영화도 없고요. 이 정도 여건이면 흥행에 작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디 워 자체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미국의 가장 공신력 있는 영화 흥행 성적 집계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Box Ofiice Mojo)'에서 14일 박스 오피스 성적을 공개했습니다. 자, 그럼 디 워의 개봉 첫 날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보시죠.
예. 개봉 당일 155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하면서 5위 자리에 겨우 턱을 걸쳤습니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든 롭 좀비의 리메이크 호러 영화 '할로윈'과 거의 엇비슷한 성적이군요. 디 워와 같은 날 개봉한 다른 두 편의 영화는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네요. 딱 봐도 흥행 성적이 그리 신통해 보이진 않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요. 디 워는 2,275개 스크린에서 스크린 당 681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총 155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문제는 스크린 당 평균 681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는 대목입니다. 같은 날 개봉한 다른 두 편의 신작은 각각 스크린 당 1,652달러, 1,233달러를 벌어 들였어요. 이 정도면 격차가 얼마나 나는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이 정도 성적이면 첫 주 주말 성적을 합친 개봉 스코어는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 주에 개봉한 영화들의 성적과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난 주 와이드 릴리즈 개봉작 중 가장 안 좋은 수익을 올렸던 영화는 클라이브 오웬이 주연을 맡은 액션 영화 'Shoot'em Up'입니다. 금요일 하루 동안 디 워보다 약간 적은 2,108개 스크린에서 약 195만 달러의 성적을 올렸네요. 스크린 당 수입은 925달러로 디 워보다 4~50퍼센트는 높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최종 성적은 5,716,554 달러. 전체 상영작 중에서 4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럼 디 워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 영화에 비해 디 워가 갖고 있는 장점은 별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청소년 층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는 유리하겠죠. 단점은 디 워의 평이 아주 안 좋다는 겁니다. 특히 평론가들의 평은 거의 악평 일색이죠. 미국 사이트의 별점 평가를 보아도 일반인들의 평점이 주류를 이루는 imdb에서는 6.0으로 그다지 좋지 않은 점수를, 평론가들의 평점이 주류를 이루는 Rotten Tomatoes에서는 평점 3.1에 신선도 17%로 거의 최악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디 워의 성적은 지난 주 개봉한 'Shoot'em Up'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안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디 워는 주말 동안 대충 5~600만 달러 정도의 수입을 기록하면서, 4위에서 6위 사이에 머무르지 않을까 싶네요.
제 예상 대로 첫 주에 이 정도 성적을 보인다면, 영화의 최종 스코어는 아주 잘 봐줘야 3000만 달러 정도일겁니다. 현실적인 최종 스코어는 2000만 달러 정도를 목표로 잡아야 겠죠.
만약 이 정도 성적이라면... 어찌되었던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겁니다. 굳이 외국영화 어쩌고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정도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여서 2,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해 놓고 첫 주 5~600만 달러 정도의 스코어가 나온다면, 미국 영화를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안 좋은 성적이거든요.
글쎄요. 디 워가 사상 유래없는 무지막지한 뒷심을 발휘한다면 5,000만 달러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그런 뒷심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지금 미국에서 들려오는 평으로 봐서는 그런 뒷심은 어림도 없을 것 같고요.
아직 토-일 양일간의 흥행 결과가 남았으니 섣부른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이번 미국 개봉 성적은 디 워의 영화적 완성도를 잘 보여주는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이클 베이가 감독한 아일랜드 같은 영화도 쫄딱 망하는 판에 모 미국 평론가의 평대로 '특수효과는 A급일지 몰라도, 시나리오는 Z급'인 디 워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허허허...
그래도 내심 첫 주 1000만에서 1500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기대했는데, 역시 무리였나 봅니다. 심형래 감독도 이번 기회에 세계 시장의 높은 벽을 깨닫고, 지금 보유하고 있는 훌륭한 영상 기술에 잘 빠진 시나리오를 곁들여서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다시금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박스오피스 순위는 Box Office Mojo(http://boxofficemojo.com/)에서 인용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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