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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게임넷이 스폰서와의 계약 조율 문제로 조지명식도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엠비씨게임 스타리그는 '역대 최악의 죽음의 조'를 앞세워 기나긴 32강 레이스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MSL의 32강 제도가 스폰서 곰TV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메이저 경기 방송횟수를 최대한 늘리려는 '16강 + 서바이버 2R' 패키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라 여전히 불만스럽습니다만, OSL 신한은행 스타리그의 그 어정쩡한 24강도 참고 봤는데, 이 정도면 뭐 양반이지요.
김택용 : 이영호 / 이윤열 : 최연성이라는 막강한 매치업. 이런 쟁쟁한 선수들 중 두 명은 반드시 탈락해야만 한다는 게 참 아쉽긴 합니다만, 어쨌든 오늘 당장 보는 입장에서는 퍽이나 재미있을 법한 대진 아니겠습니까. 꽤 기대를 하고 봤는데, 뭐랄까, 생각보다는 평범한 경기들이었던 것 같네요.
오늘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최연성이었습니다. 이윤열과 김택용을 격파하며 가장 먼저 16강에 안착했는데요. 오늘 경기력은 최연성의 전성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발군이었습니다.
조디악에서 펼쳐진 이윤열과의 첫 경기에서는 상대방의 원 배럭 더블을 예상한 맞춤 빌드를 들고 나왔는데 그게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상대방을 거의 연성운수 버스관광 수준으로 밀어붙였고, 김택용과의 블루스톰 경기에서는 상대방의 전진게이트를 다소 늦은 타이밍에 발견했지만 침착한 대응으로 셔틀-리버를 가볍게 막아내더니 오히려 맵 중앙에 팩토리를 건설해 벌쳐를 생산, 역으로 김택용을 흔드는 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최연성은 전략부터 시작해서 신속한 상황 판단에 따른 적절한 대응까지, 정말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드디어 연성 운수가 파업 마치고 정상 운영에 들어가는 걸까요?
김택용은 자신의 천적으로 막 자리매김 하려는 어린 천재 이영호를 연타석 격파하며 죽음의 삼테란을 뚫고 16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첫 경기에서 이영호가 바카닉을 준비할 때 이거 이러다 또 지는 거 아냐 싶은 불안감이 엄습했는데, 무난한 빌드로 무난하게 막아내더군요.
토스의 그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훌륭한 저그전과 현재 토스계의 또 다른 본좌 송병구마저 무너뜨린 토스전에 비해 테란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오늘 경기로 자신의 테란전 실력을 어느 정도 증명했습니다. 가장 큰 수확은 역시 상대전적 3:0 으로 뒤지고 있던 이영호를 상대로 내리 두 경기를 가져가며 3:2로 균형 잡힌 전적을 만들어 놓았다는 거겠죠. 비록 최연성을 상대로 전진 게이트 - 로보틱스 전략을 썼다가 완전히 말려 버리긴 했습니다만, 오늘 김택용은 MSL 16강 진출, OSL 8강의 복수, 천적의 삭제 등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어떤 분 말대로 마재윤의 우승전선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는 군요. 하하;;
이영호는 패자조에서 전진 배럭에 이은 마린 러시로 이윤열을 완파했지만, 상대전적에서 우위에 있던 김택용에게 내리 두 번이나 발목을 잡히면서 32강 탈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평소에는 꾸준히 평균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이영호지만, 오늘 김택용 전에서는 어딘가 기합이 빠진 인상이더군요. 첫 번째 경기도 그렇고, 두 번째 경기도 그렇고, 자신이 유리한 타이밍이 분명히 있었는데, 그 타이밍을 너무 무난하게 놓치면서 상대방에게 기회를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특히 첫 경기에서 조심성 부족으로 탱크 한 기를 그대로 헌납한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네요. 그 탱크 한 기만 아니었어도 첫 경기의 행방은 쉽게 점칠 수 없었을 텐데 말이죠.
이윤열은... 요즘 개인리그에 출전만 하면 광속 탈락으로 저 먼 곳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메이저 무대까지 올라오기를 반복하더니, 오늘도 변함없이 2패로 곰TV MSL 시즌 3의 첫 탈락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째 오늘은 광속탈락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패배한 두 경기의 경기 시간을 모두 합쳐봐야 채 20분이 안되니 말이죠.
요즘 이윤열의 개인리그 경기를 보면 참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 있나 싶습니다. 치열하게 싸우고 또 싸우다가 밀려서 경기를 내주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채 허무하게 쓸려버리는 경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오늘 최연성과의 경기가 그랬고, 이영호와의 경기가 그랬습니다.
이윤열이 강한 선수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너무 무난한 시작을 고집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오죽하면 상대방이 원배럭 더블 맞춤 전략을 짜서 들고 나오겠습니까. 그리고 그 전략이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먹힌다는 게 또 가슴 아픈 부분이죠. 과거의 이윤열은 상대방이 아무리 날카로운 공격을 가해도 믿을 수 없는 컨트롤과 운영으로 막아내고 역전승을 거두던 선수였는데, 어느새 그 두텁던 방패와 날카롭던 창이 많이 낡고 무디어진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김택용과 삼테란 중 한 명이 16강에 올라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삼테란 중 16강에 진출한 테란이 최연성이라는 건 다소 의외로군요. 가능성은 이영호 > 이윤열 > 최연성 순으로 보고 있었거든요. 역시 이윤열을 만난 최연성의 포스는 무시무시합니다. 32강에서 이윤열 선수가 탈락한 건 아쉬운 일입니다만, 이로 인해 최연성 선수에게 붙었던 불길이 사그라들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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