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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쓰 프루프 (Death Proof, 2007) - ★★★★
Movie/Review |
2007/09/1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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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에 첨부하려고 데쓰 프루프의 포스터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알았는데, 이 영화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더군요. '저수지의 개들'이 나오고 "강산이 한 번 반이나 바뀌었는데 아직도 다섯 편이란 말야?" 하고 뒤져봤더니, 정말 다섯 편이더라고요.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재키 브라운', '킬 빌', 그리고 '데쓰 프루프'.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 킬 빌 보면서 이게 타란티노의 네 번째 영화라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희미하게 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유명세에 비해서는 참 적게 찍었다 싶어요. 왠지 쿠엔틴 타란티노 하면 이것저것 많이 찍어댔을 것만 같은 인상인데 말이죠.
데쓰 프루프는 한 마디로 요약해서 사십 분 내내 수다 떨다가 십 분 달려주고, 또 사십 분 줄창 수다만 떨다가 '끝내주게' 이십 분 더 달려주고 끝나는 영화입니다. 네, 정말 그래요. 이 영화를 지탱하는 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다와 차를 이용한 원초적인 액션에서 나오는 에너지니까요. 수다와 액션, 액션과 수다. 이 두 가지를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영화인걸요.
데쓰 프루프의 액션 씬들은 정말 끝내줍니다. 삐까뻔쩍한 컴퓨터 그래픽과 눈 돌아가는 카메라 웍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넘쳐나는 요즘 액션 영화들에 비하면, 데쓰 프루프의 액션은 단순하고 투박합니다. 특히 영화 막바지의 카 체이스 부분이 그래요. 아무도 없는 길을 차 두 대가 달리면서 앞뒤로 좌우로 쾅쾅 부딪혀 대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함과 투박함은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자극을 선사합니다. 쿵쿵 울려대는 음악은 영상과 동조해서 심장을 울리고 온 몸으로 아드레날린을 뿜어내요. 말 그대로 사람을 흥분시키는 액션이죠. 근래 이렇게 사람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액션 영화가 있었나 싶어요. 정말 끝내준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문제는 수다 파트인데, 전 이 부분도 꽤나 즐겼습니다. 뜬금없이 타란티노 바텐더가 튀어나오는 장면도 좋았고,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에 보안관 부자가 이러쿵 저러쿵 썰을 푸는 장면도 좋았어요. 특히 후반부 들어가면 네 아가씨의 입담이 어찌나 좋은지 잠시도 집중을 풀 수가 없더라고요. 특히 중간에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을 때. 그 미칠듯한 롱테이크 수다를 도대체 어쩌면 좋은지! 아, 이 정도면 정말 감독이고 배우고 할 것 없이 수다의 극에 달한 자라고 인정할 수 밖에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수다 파트가 문제가 되는 것이, 이런 수다들이 영화 진행상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거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수다들이 러닝타임을 가득가득 메우다보니, 영화 보는 사람 취향에 따라서는 하품만 쩍쩍 나올 소지가 아주 다분합니다. 특히 영화 전반부의 수다가 그래요. 전 어쩌다 보니 일주일 새 데쓰 프루프를 두 번이나 보게 되었는데, 첫 번째 볼 때는 정말 정신 없었지만, 두 번째 볼 때는 앞부분에 사족이 너무 길다 싶은 감이 있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플레닛 테러'랑 같이 '그라인드하우스' 동시상영으로 개봉할 때 75분이었던 러닝타임이 따로 개봉하면서 90분으로 늘어났다던데, '그라인드하우스' 버전으로 보면 딱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데쓰 프루프는 극심한 수다의 압박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영화입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여러 영화 포탈 사이트의 관객평이 극과 극을 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겠죠.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마지막 피 끓는 액션신 20분과 유쾌상쾌통쾌한 결말 하나만으로도 데쓰 프루프는 충분히 멋진 영화입니다.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The End'라는 자막이 떠오르는 순간, 박수를 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다니까요. :)
Post Script. 영화 스탭롤이 다 올라간 뒤에 플레닛 테러 예고편이 나옵니다. 이건 또 언제 개봉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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