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항구에서 두 청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옷차림이 훌륭한 청년 ]
... 그렇군. 그래서 어머님께서는 기꺼이 받아들이신 건가?
[ 검은 머리의 기사 ]
대답하지 않아도 알잖아, 렉토르.
끔찍한 얘기는 그만 두라구. 생각만 해도 오싹하니까.
새로운 가문의 이름(家名)이라는 것만 해도 그래.
'레엘' 어쩌고 해도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
혼자 있던 때가 더 마음 편하다구.
[ 렉토르라고 불린 청년 ]
하하하. 그렇게 거추장스러워 말라구.
배가 떠나면 이제 한동안은 만날 수 없을 테니까.
[ 검은 머리의 기사 ]
드디어 내일이면 출항인가...
공무(公務) 때문에 바다를 건너는 건 처음이야.
[ 렉토르 ]
마치 어디 놀러라도 가는 듯한 말투로구만.
이 쪽 기분은 어떤 지도 모르면서 태평한 소리 말라고.
[ 검은 머리의 기사 ]
이거야 실례, 지휘관님.
[ 렉토르 ]
그거 비아냥거리는 거야?
내가 단독으로 지휘를 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잖아?
... 뭐, 그만큼 네게는 기대를 걸고 있다만.
[ 검은 머리의 기사 ]
맡겨두라고.
[ 수상쩍은 여자 ]
혹시, 그 쪽 분들. 점(占) 어떠신지요.
[ 렉토르 ]
내버려 둬. 가자, 금방이면 내일 아침이야.
[ 검은 머리의 기사 ]
...
[ 렉토르 ]
왜 그래? 오늘 따라.
평소에는 점괘 같은 데 관심도 없었잖아.
뭐, 맘대로 해. 난 먼저 가 있을게. 너도 빨리 돌아와.
[ 검은 머리의 기사 ]
아, 그래.
[ 항구의 점술사 ]
비록 갈 길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길잡이를 원하는 자.
어서오세요. 당신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가르쳐 주시지요.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 이하 대사 번역은 디폴트 값인 '알폰스'로 진행한다.
[ 항구의 점술사 ]
길을 나타내는 인형(形代)은 여섯.
그것은 당신의 언어를 옮겨 놓은 것.
당신의 언어가 형상에 깃들어, 그 운명을 이야기하겠지요.
그럼, 시작할까요...
첫 번째 인형은 '짊어지는 자'. 그 몸에 무엇을 짊어질까요?
[ 집착 / 진리 / 희생 / 정애 ]
다음 이름은 '달려가는 자'. 견고한 길에 무엇을 요구할까요?
[ 신념 / 자유 / 재력 / 생명 ]
세 번째 이름은 '쌓아올리는 자'. 그 손으로 무엇을 지어낼까요?
[ 쟁란 / 영지 / 증오 / 번영 ] (역자 주 : 영지는 뛰어난 지혜라는 뜻입니다)
네 번째 이름은 '지혜로운 자'. 여린 몸에 무엇을 맹세할까요?
[ 청정 / 복수 / 승리 / 결실 ]
다섯 번째 이름은 '인솔하는 자'. 흐르는 피에 무엇을 바랄까요?
[ 애환 / 자비 / 열락 / 외포 ]
마지막 이름은 '지극히 높은 자'. 그 눈에 무엇이 비치나요?
[ 영광 / 평화 / 변화 / 지배 ]
여기에 있는 것은 그저 시작일 뿐.
땅 속을 뻗어나가는 뿌리, 솟아오르는 물과 같이...
위대한 바람의 손길, 때로는 태양의 불꽃처럼...
* * * *
캐릭터 생성이 끝나면 본격적인 오프닝이 시작된다.
로디스 교국(敎國)이 '교화'라는 명목 하에 대대적인 대외정책을 개시한지도 어느새 십수년이 지났다.
신도의 기사단, 속칭 '후다이(譜代, 역자 주 : 오랫동안 내려온 신하)'의 속국을 중심으로 행해진 이 진출은 포교라기에는 지나치게 침략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으며, 실제로 무력에 의한 충돌과 제압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무조건 로디스에 복종을 맹세한 국가가 존재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교국은 납세와 로디스교의 국교화에 대한 의무를 지웠으나, 각 영토에 대한 자치권을 인정하였으며, 덧붙여 각 영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자금이나 무장 등 다양한 방면으로의 지원을 약속했다.
압도적인 전력 차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 희생을 늘리느니 대국의 보호하에 들어가겠다고 생각하는 통치자가 있다고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제테기네아라는 시대 전체를 놓고 본다면, 그 시대는 봄 바다처럼 평안한 시기였다.
* * * *
해변가에서 알폰스와 렉토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알폰스 ]
렉토르! 이대로 섬으로 향하긴 어려울 것 같아.
어떻게든 항해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친다고 쳐도, 하루이틀 내로는 불가능해.
[ 렉토르 ]
선장은?
[ 알폰스 ]
일단 폭풍이 그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겠다던데.
[ 렉토르 ]
뭐, 분명 이런 상황에서야 어쩔 수 없군.
폭풍이 오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파도에 휩쓸려서 꽤나 밀려온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
배가 가라앉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군...
병사 하나가 황급히 달려와 렉토르에게 급보를 전한다.
[ 병사 ]
렉토르님!
적습입니다! 적의 소속, 목적은 불명입니다!!
[ 알폰스 ]
설마... 하필 이럴 때에!?
* * * *
전장에는 이미 적들이 포진하고 있다. 대치 상태에서의 대화.
[ 스타노스카 ]
헷헷헷. 그 문장, 옷차림... 로디스 본국의 인간이지?
안됐지만 너희들이 섬에 상륙하도록 내버려 둘 수야 없지. 여기서 죽어주셔야겠어!
[ 렉토르 ]
... 왠 놈이냐! 무슨 목적으로 우릴 공격하는 거지!?
[ 스타노스카 ]
알게 뭐야~ 우린 돈을 받고 일하는 것 뿐이라서.
로디스의 기사님들을 정중하게 대접해 드리라고 말야!
전투 시작. 이벤트 성 전투로 주인공 유닛만 조작할 수 있다.
[ 렉토르 ]
놈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어. 놈들의 리더를 노린다.
[ 오손누 ]
놈들 중에도 활을 갖고 있는 놈이 있는 모양이군.
화살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몰라. 방심하지 마라!
[ 스타노스카 ]
이거 봐라, 대단하신 기사 나으리들 틈에 꼬맹이가 끼어 있네.
[ 알폰스 ]
헛소리 집어치워! 나는 훼리스 공국의 정식 기사다!
[ 렉토르 ]
진정해, 알폰스! 흥분할 것 없어.
[ 스타노스카 ]
핫핫핫. 쫄았냐? 꼬맹아.
[ 레이라 ]
반격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뒤에서 공격해.
효율적인 전투야 말로 승리의 지름길. 잊지 말라구!
[ 저스틴 ]
공을 쌓으려고 돌격하다가는 적들에게 포위당하고 말지. 서로 협력해야 돼.
적 리더, 스타노스카를 쓰러뜨리면 전투 종료.
[ 스타노스카 ]
제기랄! 실패했...나...
* * * *
전투 종료 후, 알폰스와 렉토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알폰스 ]
아무래도 우리 기사단의 파견을 환영하지 않는 자들이 있는 모양이야.
[ 렉토르 ]
우리는 오위스 섬 남부 주민들의 요청을 받고 왔어.
이번 일을 꾸민 건 틀림 없이 북부지방의 인간이겠지.
[ 알폰스 ]
남쪽의 아르센 지방과 북쪽의 라눈클스 지방...
서로 간의 대립이 지독하구나?
[ 렉토르 ]
아니. 대립이 어쩌고 하기 이전의 문제지.
섬 남 쪽과 북 쪽은 울창한 숲으로 분단되어 있어서, 겨울이면 쌓인 눈 덕분에 육로, 해로가 모두 끊겨 버려. 몇 백 년 동안 서로 이렇다 할 교류가 전무하다고 들었어.
[ 알폰스 ]
그런데 갑자기 북부지방 사람들이 경계선을 넘어 남부로 내려왔다, 는 얘긴가.
그래서 아버님... 아니, 훼리스 공(公)께서는 이번 일에 대해서 뭐라고 하셔?
[ 렉토르 ]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는 별달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아.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다면서 무시하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도민들이 세 번이나 요청을 하니 아버지도 무거운 엉덩이를 겨우 들어올린 거야.
[ 알폰스 ]
그렇군. 나도 이번 임무가 내려왔을 때, 파견부대 치고는 규모가 작은 데다가 나처럼 경험이 적은 기사들 뿐이다 싶기는 했었지만...
[ 렉토르 ]
아버지 왈, 본대(本隊)를 내보내는 것도 번거로우니 너희들이 어떻게 해봐라, 고 하시더군.
... 불안해?
[ 알폰소 ]
별로. 그냥 마음에 좀 걸린 것 뿐이야.
[ 렉토르 ]
글쎄. 전력이 부족하면 병사들을 고용하면 그만이야. 배로 기사를 나르는 것 보다는 싸게 먹히니까.
아버지는 기사단장에서 공작 신분으로 올라가고서부터 금전계산에 까다로와지셨어.
... 마음에 안 든다니까.
[ 알폰스 ]
넌 어차피 신도에 가서 로디스 교회의 사제가 될 거 잖아?
[ 렉토르 ]
이젠 그것도 확실치 않아. 아버지는 아들인 내게 훼리스 공의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한 뒤에도 권력을 쥐고 있을 생각인 것 같아.
[ 알폰스 ]
......
그러고 보니... 너 예전에 오위스섬에 간 적이 있다고 했었지?
[ 렉토르 ]
어릴 적 얘기야. 기억도 안 나고.
그 때, 숨어 있던 적병이 튀어나와 렉토르에게 활을 겨눈다.
[ 알폰스 ]
위험해!
알폰스가 렉토르를 밀치면서 대신 화살을 맞고 바다에 떨어진다.
[ 숨어있던 적 ]
칫! 방해하다니...
아군 병사가 적 뒤 편에서 나타나, 단칼에 베어버린다.
[ 렉토르 ]
찾아내! 알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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