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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DULT] 천사가 없는 12월(天使のいない12月) / Leaf
Game/Review | 2007/07/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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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클리어 후의 메인화면. 해피엔딩을 보고 나면 배경에 해당 캐릭터가 나타난다.


적고 얕고 가벼운 인간관계를 좌우명으로 삼고, 어떤 일이든 적당히 넘기면서 살아가는 주인공.
잔소리가 심한 여동생을 둔 덕분에, 여자는 귀찮은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 주인공과는 달리 친구는 여자와 연애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육체관계를 갖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물론 주인공에게도 연애를 해보라고 권했지만, 그런 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여자아이와의 사소한 말다툼을 계기로 단순히 분위기와 흥미에 이끌려 '그 순간에 한해서'라는 조건 하에 그녀와 관계를 갖고 마는데...

일본 18금 게임 업계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사를 꼽는다면? 물론 그 대답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엘프'와 '리프'는 적어도 항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제작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에는 두 제작사 모두 다소 주춤하는 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 쪽 계열의 명가답게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죠. 그 중 리프가 최근 내놓은 신작이 바로 <천사가 없는 12월>입니다

이 쪽 계열에서도 손꼽히는 제작사의 신작답게 외적인 측면만을 놓고 보았을 때 <천사가 없는 12월>은 자신있게 최고라고 말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정말 자잘한 곳 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화면 구성은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고, 플레이어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이벤트 신이나 기타 화면에서의 다양하고 효과적인 연출은 업계 굴지의 제작사의 힘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정말 칭찬 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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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채색과 가는 선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원화.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CG.


거기다 F&C 에서 리프로 이적해 온 것으로 유명한 なかむらたけし(나카무라 타케시), みつみ美里(미츠미 미사토), 두 사람이 담당한 원화는 단연 최고. 원화는 사람에 따라 취향을 강하게 탄다... 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 있습니다만, 그 말 조차 우습게 들릴 정도로 멋진 그림을 자랑합니다.. 특히 <천사가 없는 12월>의 원화는 가는 펜선 특유의 거친 느낌이 잘 살아있어서 개인적으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음악까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리프가 내놓은 게임들의 음악이 훌륭한 건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도 없을테지만, 이 게임의 음악은 리프의 다른 어떤 게임들보다도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음악 전체의 질은 리프의 다른 게임들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천사가 없는 12월>의 음악은 게임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군요. 특히 서정적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메마르고 건조한 기타의 음색은 단연 압권.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 처럼 <천사가 없는 12월>은 시나리오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단점이 없는 완전 무결한 게임입니다. 만약 시나리오마저 빼어난 수준이라면 <천사가 없는 12월>은 <동급생>이나 <화이트 앨범>처럼 게이머들의 입에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수작의 반열에 들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과연 <천사가 없는 12월>의 시나리오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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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토모코' 와의 섹스.


<천사가 없는 12월>은 시종일관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일단 주인공부터 지금 죽으나 몇십년 후에 죽으나 어차피 죽는다는 건 마찬가지라는 둥, 자신의 삶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다는 둥, 어둡고 암울한 사고 방식을 가진 지독한 허무주의자인데다, 리뷰 시작부분에 소개한 것 처럼 스토리 자체도 학교에서도 소위 왕따로 낙인 찍힌 여자아이와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시작하는 덕분에, 아무리해도 밝을래야 밝을 수가 없지요.

게임에는 총 다섯명의 히로인이 등장합니다만,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쿠리하라 토모코'의 시나리오입니다. 게임의 도입부에서 주인공과 관계를 맺는 바로 그 여자아이죠. 그러다보니 토모코의 시나리오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갈등은 다른 캐릭터들의 시나리오에서도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토모코' 의 시나리오가 기본 줄기가 되고, 다른 네명의 시나리오는 그 위에 살을 붙여 놓은 듯한 인상이 강합니다. 주인공과 '토모코' 사이의 갈등이 더 뻗어나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다른 방향으로 확장 되기도 하구요.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천사가 없는 12월>의 등장인물들이 섹스를 일종의 도피처, 혹은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는 겁니다. 시나리오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대개의 경우 섹스는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괴로움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어요. 결국 <천사가 없는 12월>에 있어서 섹스는 게임의 테마를 꿰뚫고 있는 매우 중요한 소재인데요.

<천사가 없는 12월>의 시나리오가 다른 게임과 가장 강하게 차별되는 부분은 바로 이 '섹스'라는 소재에 대한 접근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섹스를 두 사람의 마음이 연결되는 과정 혹은 그 결말으로서 사용하는 반면에, <천사가 없는 12월>의 섹스는 정반대입니다. 달리 말하면 다른 게임에서는 섹스가 관계의 완성에 가까운 의미를 갖는 반면에, 여기에서는 오히려 관계의 시작 혹은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가까운 의미를 갖는다고 할까요. 글 재주가 없어서 말로 표현하기가 매우 애매합니다만, 게임을 한 번 플레이 해 보시면 그 차이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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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 시나리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장면.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대사 하나하나가 인상 깊다.


<천사가 없는 12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나리오는 '마호' 시나리오였습니다. 모 유명 사이트의 투표에서는 꽤나 압도적인 차이로 꼴찌를 한 모양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도 꽤 마음에 들고, 시나리오도 마음에 드는군요. 뭐랄까,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간다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랑을 잃어가는 과정을 매우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여운이 남는 결말도 좋았구요. 물론 다른 시나리오들도 마음에 들었지만요.

자, 그럼 이 쯤에서 아까 했던 <천사가 없는 12월>의 시나리오는 어떤가? 라는 질문의 답을 내보도록 하죠. 저는 본 게임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큰 만족을 느꼈습니다. 다른 게임들 처럼 단순히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어려움을 겪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던가, 좋아함 혹은 사랑함이라는 감정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역시 문제는 취향입니다. 이런 무겁고 다소 암울한 이야기는 누구나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니까요. 제게는 매우 만족스럽고 훌륭한 시나리오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제게 있어서는 지금까지 플레이 해 본 게임들 중 매우 높은 위치에 올려 두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 정도라면 십점 만점에 구점 이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아요.

- 2003년 10월 29일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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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공간 2007/07/29 03:22 R X
글을 읽다보니 그렇군요. 동급생을 해본적이 있어서 생각해보면, 동급생에서는 섹스는 마지막 결과물과 같은 목표같은 것으로 설정 돼었던 듯 합니다.

이것은 남자들의 연예정신세계가 이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명 잡은 고기 밥 않준다고 표현하는 남자들의 연예정신세계 섹스까지가 목표일뿐인 것 같은 남자들

그런 남자들의 정신세계를 잘 표현한 동급생?

관계의 시작 또는 관계의 지속을 위한 섹스?
정말 표현이 아름답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섹스는 목표가 아니고 과정에 하나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앗~!이거 제가 너무 흥분에서 글의 주제와 별관계 없는 헛소리를 주절거리고 있군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ls 2007/07/29 09:09 X
아무래도 남자들의 연애관과 무관하진 않겠지요. 소위 말하는 '야겜'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성인지향게임들의 대부분은 남성을 타겟으로 삼고 제작이 되니까요.

전 섹스가 이성간의 연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섹스가 관계의 목표가 될 필요도 없고, 수단이나 시작점이 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
lkain 2007/08/05 09:36 R X
주인공이 좀 마음에 안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아. 의도적인 것 같지만 애매모호한 결말부분이 좀 아쉬었지. 나도 마호시나리오가 가장 낫더라. :)
ls 2007/08/06 09:56 X
아는 사람한테 이 게임 추천해줬는데 요즘 재미있게 하는 것 같더라고.
얘기 들으니까 괜히 나도 다시 해보고 싶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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