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입대하고 처음 맞는 생일.
생일은 참 재미있는 기념일이다. 정작 생일을 맞은 당사자는 속으로 오늘이 내 생일이구나 혼자 생각하고 마는데, 주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생일을 맞은 사람을 챙겨주려 애쓴다. 나를 위한 날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 날이기도 한 날.
점심에는 외출증을 끊고 부대 밖으로 나가서 등촌샤브칼국수를 먹었다. 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의 대화 끝에 선정된 메뉴가 마침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게 신기했다. 생일은 생일인 모양이다.
점심을 한참 먹는데 부모님 생각이 났다. 수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할 때,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모님이 올라오시면 열에 일여덟은 등촌 샤브 칼국수를 먹곤 했으니까. 대학 동기-후배 녀석들과 우르르 등촌샤브칼국수집에 몰려가서 동동주까지 한 사발 시켜놓고 거나하게 먹었던 기억, 그리고 입대하기 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같이 등촌샤브칼국수를 먹으러 가다가 지갑을 버스에 두고 내려서 밥값을 구하느라 생쇼를 했던 기억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 때가 좋았지. 흐릿한 향수가 입꼬리를 살짝 끌어당긴다.
돌아오는 길에 차 뒷 자석에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부모님 생각, 친구들 생각, 전 여자친구 생각, 입대 하기 전의 내 생활에 대한 생각, 그리고 생각, 생각, 또 생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내게 말을 거는 옆사람의 목소리에 내 머리 위에 떠올라 있던 생각용 말 풍선이 휙 사라진다.
어느새 부대 근처다. 차에서 내리면서 그득한 포만감에 허리를 쭉 편다. 쨍쨍 내리쬐는 햇살을 보며 날씨가 참 좋다고 새삼 생각한다. 왠지 상쾌한 기분이다. 생일은 생일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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