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조제라는 특이한 이름. 그리고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호랑이와 물고기. 언뜻 보기에는 서로 접점이 없을 듯한 세 개의 명사가 모여있는 제목만 보고서는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인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그 독특하고 낯선 느낌에 끌려 이 영화를 보게 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영화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뚜렷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제목을 보았을 때 내 머리 속에 떠올랐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평범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평범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 여자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다기 보다는, 그녀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의 사랑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를 마지막까지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제목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영화 속에 잠시 등장하는 호랑이와 물고기의 의미도 말이다.
조제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나서야 책을 통해서 접해 보았을 뿐이지만, 언제나 두려워하는 대상이었던 호랑이의 실체와 마주한다. 무섭지만, 정말로 무섭지만, 조제는 호랑이와 정면으로 맞선다. 어쩌면 호랑이는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조제가 마음을 걸어 잠그고 있던, 차마 첫 걸음을 떼지 못하고 책이라는 창을 통해서 먼 발치에서 바라 보고만 있던 세상. 조제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두렵지만,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녀가 호랑이를 마주한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한 번 내디딘 걸음을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조제는 걸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저 깊은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였던 조제는 모든 것이 색채를 띠고 있는 밝은 세상으로 올라와 버렸다. 하지만 조제를 깊은 물 속에서 끌어올린 사람은 그녀를 떠났다. 그 뒤에 남는 것은 외로움. 슬픔. 소중한 존재가 사라져 버린 공허감.
그러나 조제는 살아간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오가며, 구운 물고기를 반찬 삼아 식사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무너져 내리는 세상 속에서 조제는 새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조제는 자신을 세상으로 끌어낸 남자에게,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에게 감사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원망하고 있을까?
작지만 특별했던 사랑의 끝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무덤덤하게 찾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끝인 걸까? 그녀의 마음과 그의 마음에는 서로를 향한 감정이 무겁게 남아 있을 텐데.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그 감정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나에게까지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무덤덤하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 2005년 어느날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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