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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ACE, 그리고 임요환과 이재훈.
e-Sports | 2007/04/25 16:51

어제 공군 ACE와 삼성전자 칸의 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에 관심을 둔 것은 임요환의 팀플 출전 탓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재훈의 개인전 출전 때문이었다. CJ 소속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가 군대에 입대한 파파곰 혹은 한량토스 이재훈. 토스 유저가 한 명도 없었던 공군팀이었기에 그의 출전은 더욱 반가웠다. 저그를 상대로 하는 경기라 쉽지는 않겠지만,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어이쿠 싶더라. 커세어-리버 체제를 염두에 두고 캐논과 질럿으로 입구를 막은 이재훈이 처음 나온 셔틀에 질럿 셋을 태워 저그의 본진을 노린 틈을 타, 주영달이 히드라와 저글링으로 이재훈의 본진 입구를 두드렸다. 토스 진영 본진의 수문장은 캐논 한 기와 드라군 한 기. 막을 수 있을 턱이 있나. 커세어는 다섯 기 정도 모여있었지만 지상유닛들을 상대로 어떻게 손을 써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재훈은 맥없이 GG를 치고 말았다.

어찌보면 주영달이 본진으로 치고 들어온 타이밍이 절묘했달 수 있겠다. 리버가 나오기 직전 타이밍을 노렸고, 그것이 보기 좋게 먹혀든 셈이니까. 하지만 이재훈의 플레이에는 너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저그의 타이밍 러시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입구에 달랑 캐논 하나에 드라군 하나 뿐이라니. 그 많은 커세어들 중 한 두기만 돌려서 꼼꼼히 정찰을 해주었어도 이렇게 쉽게 밀려버리지는 않았을 게다. 게다가 질럿 세 기 드랍도 뜬금 없었다. 견제 플레이로 저그의 진군을 늦춰보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게지만 그 타이밍에 질럿 세 기를 적 본진에 내린다고 해서 크게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방어 병력의 부재로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바로 이재훈이 당했던 것 처럼 말이다. 하다못해 질럿으로 입구 막아 놓고 리버 나올 때까지만 기다렸어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패배를 하고 말았으니. 그것 참.



어제 팀플에 출전했던 임요환도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강도경이 SCV 러시를 필사적으로 막으며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에 스피드업 벌쳐를 대여섯기 정도 모아서 한 번에 밀고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차라리 아카데미를 올리고 바이오닉 위주에 탱크를 조합하는 쪽으로 나가는 건? 테란의 테크 속도로 봐서는 충분히 먹힐 법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임요환은 몰래 팩토리 메카닉을 고집했다. 그것도 어정쩡한 숫자의 골리앗으로 공격을 감행하면서 말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노 스피드업 벌쳐 -> 골리앗 테크는 임요환의 판단 미스였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면 다른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역시 임요환이다, 임요환은 뭔가 다르다라고 말들을 하지만, 군대에 가서 그의 실력에 녹이 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군팀의 프로리그 경기를 보고 있으면 군대에서 게임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만 늘어간다. 도대체 공군 ACE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입대를 택한 프로게이머 구제? 임요환을 e-스포츠 시장에 잔류시켜서 조금이라도 리그의 흥행을 높여보고자 하는 발상? 모든 팀들이 공군팀을 좋게 말하면 '1승의 제물', 나쁘게 말하면 '샌드백' 수준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공군팀이 프로리그에 출전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물론 이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일지도 모른다. 공군팀의 성장을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을테고. 하지만 팀이 제대로 정비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리그에 밀어 넣는 것도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결과적으로 리그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뿐이지 않나. 물론 방송에서 임요환이나 이재훈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반갑지만 말이다. ..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면 할 말 없고.

아무튼 협회나 리그를 주최하는 주최사, 방송국 입장에서 공군팀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때 그 때 시청률이야 올라가긴 하겠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감이 한참 떨어져 있는 스타 선수들을 무작정 내보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닐테니. 언제까지나 임요환의 네임밸류에 기댈 수는 없지 않겠나.



딴 소리 한 마디.
이런 상황임에도 - 이런 저런 잡음이 있긴 했지만 - 임요환이 MSL 32강에 올라간 건 정말 그 자체로 기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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