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며시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본다. 수많은 물방울들이 살갗에 따갑게 부딪힌다.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서 하늘을 향하게 해 본다. 손바닥에 빗물이 조금씩 고이더니, 손가락 틈으로 빗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다른 한 손을 내밀어서 흘러내리는 빗물들을 받는다. 그 손에서도 마찬가지로 빗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냥 그렇게 서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쳐다 본다. 쏟아지는 비에 섞여 흘러내리는 빗물을.
손을 내려 창틀을 짚었다. 비를 맞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 본다. 사층. 내 손에서 흘러내린 빗물은 저 아래 아득한 곳에서 물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웅덩이 위로 떨어져 내리는 빗물은 무수히 많은 동심원으로 이루어진 파장을 만들어 낸다.
다시 고개를 든다. 비는 여전히 기세 좋게 내리고 있다. 저 멀리를 바라본다. 어디까지 비가 내리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볼 수 있는 곳은 비가 내리고 있는 곳 뿐이다. 뒤를 돌아본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방에 놓여진 책상, 책장, 침대, 옷장, 그리고 벽. 하얀 색으로 칠해진 벽 가운데에는 회색 문이 자리 하고 있다.
문으로 걸어가 손잡이를 잡았다. 빗물이 팔을 타고 손을 거쳐 손잡이 아래로 방울져 떨어진다.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가한다. 작게 삐그덕 소리가 나며 손잡이가 옆으로 돌아가고 문이 열린다. 문 앞에는 다른 문이 있다.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지만 좌우로 복도가 이어져 있을 뿐이다.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팔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빗물이 방울져 맺힌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는다. 오싹한 한기가 손가락 끝을 타고 피부로 전해진다. 다시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메마른 입술 사이로 알아듣기 힘든 음성이 새어 나온다.
"... 보고 싶어."

어느 날 늦은 새벽에 아주대학교 기숙사 용지관 4인실에 혼자 앉아있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써내려갔던 글.
이맘때쯤 아주그냥 다작을 했네요.
웅. 그 때가 삘 받아서 열심히 쓰던 시즌이라..
요샌 너무 게을러서 탈이야. 예전만큼 감수성이 풍부하지도 않은 것 같구. 현실에 순종하면서 꿈을 잃어가기 시작하나봐. ;ㅁ;